경기일보 김시범 사진부장 |
올해는 참으로 모든 농부들에게 고난과 시련의 한 해였다.
농사 시작으로 분주한 4월 초 어느 날, 며칠 동안 찾아왔던 꽃샘추위는 한창 꽃을 피우고 수정을 해야 할 사과, 배 등 과일나무에 냉해를 입혀 ‘열매를 맺지 못하면 어쩌나’라고 일찌감치 농부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더니 6월부터 시작된 사상 최고의 폭염은 7, 8월 넘어서까지 사람 뿐 아니라 과일, 채소 등 전국 모든 농작물에 피해를 입혔다. 이시기 만나 본 농부들은 강한 햇빛을 받아 썩어가는 과일과 말라가는 채소를 보며 이미 마음은 올 농사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고 했다. 참 지독했던 더위였다.
이후 8월 말, 우리를 긴장케 했던 태풍 ‘솔릭’ 이 별탈없이 지나갔나 싶더니 9월 초, 예상치 못한 폭우가 쏟아져 경기북부를 포함한 곳곳을 휩쓸어 또 한번 큰 피해를 입혔다. 이날 앞이 안보일 정도로 쏟아지는 비를 뚫고 출동한 사회부기자와 나는 홀딱 비에 젖은 모습으로 경기북부지역을 돌며 범람한 하천과 침수된 마을, 온통 진흙으로 뒤덮힌 비닐하우스를 보며 ‘정말 이상기온으로 지구가 멸망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웃지못할 공상에 빠지기도 했다.
나는 농촌스케치 사진을 참 좋아한다. 그래서 철마다 시간을 내 농촌을 돌며 풍요로운 농촌의 모습을 사진취재 한다. 그러나 올해는 나에게도 풍성하고 예쁜 농촌의 모습 보다는 썩어버린 과일나무, 말라죽은 채소밭, 쓰러진 벼, 그리고 시름에 빠진 농부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예상대로 올해 내내 과일과 채소가격이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정부는 물가를 잡는다고도 하고 비축량을 푼다고도 하는 등 과일, 채솟값을 잡으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이 점점 망쳐놓은 자연이 준 피해를 어쩌랴. 자연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야 할 때다.
추석을 전후해 한창 수확을 하고 있는 사과농장을 방문했을 때, 이토록 힘겨웠던 한 해를 보낸 농부는 가을 햇살아래 수확을 마치고선
“올해는 잘안됐지만 어쩌것어, 내년을 다시 기다려봐야지”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경기일보 김시범 사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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