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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일보 김중겸 기자의 제주올레 10-1코스의 섬 가파도

기사승인 2015.12.04  17: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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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보리 춤추는 바람의 섬을, 게으르게 걷다

한국의 유인도 중에서 가장 낮은 섬입니다. 섬의 최고점이 20.5m에 불과하며 제주도에 한국에서 가장 높은 산인 한라산과 가장 낮은 섬 가파도가 함께 있다는 사실은 의미가 깊습니다.

낮은 섬 가파도는 느리게 걸어도 한 시간이면 충분할 정도로 작습니다. 그러므로 가파도 올레는 걷기 위한 길이 아니며 길고 긴 제주 섬의 올레를 걸어오느라 수고한 나의 몸과 마음이 하루쯤 편히 쉴 곳입니다.

가파도는 산책의 섬, 휴식의 섬, 안식의 섬입니다.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한 에너지 충전소입니다.

제주 올레길 완주를 꿈꾸며 집인 화성에서 공항을 가기 위해 김포에서 제주가는 시간보다 오래 걸리는 공항버스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이동 한 뒤 비행기를 타고 1시간을 날아가 드디어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합니다.

제주공항에서 짐을 찾고 공항 1층으로 나와서 가파도에 들어가기 위해 모슬포항이 있는 하모체육공원 방향 755번 시외버스를 타고 1시간 넘게 기다린 후(공항에서 하모체육공원 가는 버스는 뜨문뜨문 있어서 시간을 꼭 확인하시고 이용하셔야 합니다) 약 1시간 20분을 타고 제주도를 세로로 가로 질러서 종점인 하모체육공원에서 내려서 근처에 예약해 놓은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맡겼다.

다시 표를 끊기 위해 바닷가 쪽으로 10여분 걸어가 모슬포항에서 출발하는 마라도 정기여객선 대기실을 찾아가서 티켓을 구매합니다. 운임표는 성인 왕복 1만7천원입니다. 배 시간표는 매일 오전 9시, 11시, 오후 2시, 4시에 출발하고 가파도에서는 오전 9시20분, 11시20분, 오후 2시20분, 4시20분에 나올 수 있습니다. 도착과 출발이 한 곳에서 가능합니다.

배편을 타고 가는 것이기에 신분증을 꼭 챙겨 가셔야 합니다. 배는 따로 좌석이 정해지지 않고 선착순으로 탄 후 원하는 좌석에 앉아서 가는 방식입니다. 세월호의 영향으로 배 안의 안전 관련 영상을 꾸준히 보여주고 나서 가파도의 관련된 영상의 방영해 줍니다.


모슬포 2호를 타고 약 15분의 운행 끝에 가파도에 도착했습니다. 세계 최초 탄소 없는 섬으로 유명하기도 합니다. 지난 1842년부터 사람이 들어와 살기 시작해서 현재 약 150여명의 인구가 있다고 하네요. 배에서 내리니 민박집이 맨 먼저 눈에 들어오고 식당들도 한자리에 모여 있습니다. 그리고 가파도를 나온 배 티켓을사놓고 기다리는 대기실도 있습니다.

가파도의 경우 청보리 축제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2011년 1박2일 촬영지로 소개되면서 인기가 더 많아집니다. 가파도의 올레길은 상동 포구에서 시작됩니다. 마을 안길을 지나면 곧바로 해변으로 이어지고, 걷는 내내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바람도 세차게 불어옵니다. 가파도는 바람의 섬입니다. 섬은 세상의 모든 바람을 온 몸으로 맞습니다. 바람은 매일 이렇게 섬 밖의 세상 이야기를 가득 안고 섬 안으로 불어오고 있습니다.

가파도는 돌담도 많습니다. 마을 따라 이어지는 집 담장과 청보리밭 사이로 이어지는 밭 담장이 있습니다. 집 담장과 밭 담장의 느낌은 각각 다르지만 그렇게 돌담길을 따라 걸으며 돌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마치 가파도의 역사를 모두 전해들을 수 있을 것만 같이 오랜 세월의 향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올레길로 돌아가는 길은 총 2시간 거리이고 휠체어를 사용해서 돌 수 있는 몇 개 안되는 올레 코스입니다. 올레 시작점에 도착하면 올레길 안내표지판과 스탬프를 찍을 수 있는 간세 안내판이 있습니다. 간세는 제주올레의 상징이며 제주 조랑말을 말합니다.

올레길은 파란색 화살표만 따라가면 도착지에 도착합니다. (노란색 화살표도 같이 있는데 노란색 화살표는 역방향 안내 표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가파도의 첫 번째 만나는 곳은 상동할망당입니다. 상동할망당은 여자들이 주도해 어부와 해녀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곳입니다. 가파도에는 상동과 하동에 각기 하나씩 있습니다. 할망당을 지나 해안가를 따라서 파란색 화살표를 찾아 걷습니다.

다음에 나타나는 곳은 장택코 정자입니다. 이곳에서 여섯 개의 산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맑은 날씨 때문에 희미하게나마 산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장택코라는 이름은 파도 소리가 코를 푸는 듯 들린다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해안가에 보면 큰왕동이라는 불리는 바람 바위가 있습니다. 가로 3m에 세로 4m 정도 되는 바위로 큰 바람을 일으키는 영험함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함부로 만지거나 올라가면 큰 재난이 닥친다 해 마을 사람들이 신성시 한다고 하네요.
 


길을 걷다보면 많은 분들이 쌓아오는 돌탑이 보입니다. 저도 남은 한해 잘 부탁드린다 고 돌탑에 돌을 올리고 또 발걸음을 내딛었습니다.

사진 찍는 분들에게 인기가 있는 일몰전망대가 있습니다. 가파도의 일몰 광경이 우수하다는 곳으로 찬사를 받는 곳입니다. 또 걷다보면 고냉이 돌이 있습니다. 고냉이는 고양이의 제주 방언입니다. 바닷가 쪽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고양이 모양의 바위입니다.

여기서부터는 해안가쪽으로 걷는게 아니라 섬 안쪽으로 이동해서 다시 걷게 됩니다. 해안가쪽 말고 섬 안쪽으로 보면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있습니다. 가파도의 탄소 없는 섬을 구현을 위한 가 파도 풍력발전 시설입니다. 이곳에서 생산된 전기로 가파도가 탄소 없는 섬이 됩니다.

이제부터는 가파도에서 가장 유명한 청보리밭입니다만 저는 청보리 축제가 끝난 5월쯤에 놀러가서 노란 물결로만 넘실거립니다.(제가 여행을 간 날짜는 2014년 5월로. 지난해의 경우 세월호여파로 청보리 축제가 취소돼 열리지 않았습니다)

청보리밭이 중간에는 집담과 밭담이라는 안내판이 나옵니다. 담을 쌓은 돌 하나하나가 모두 수석입니다. 돌과 이야기하면 가파도의 역사를 모두 전해들을 수 있습니다. 또 폐품으로 작은 공원도 볼 수 있습니다. 올레꾼과 관광객들이 구경할 수 있게 만드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걷다 보면 길의 방향을 안내하는 간세 모양의 안내판이 있습니다. 6개의 산인 한라산, 산방산, 송악산, 군산, 고근산, 단산 등산을 볼 수 있습니다. 해안가를 걷다가 만난 조랑말입니다. 한가로이 풀을 뜯어먹으면서 쉬고 있는 조랑말들의 여유가 너무도 부럽네요.

또한 제단집이라는 하늘에 천제를 올리는 곳이 나옵니다. 해안가에는 해녀들이 물질하면서 옷을 갈아입는 불턱도 있습니다. 또한 가파도의 유일한 치안센터 서귀포 경찰서 가파도 치안센터가 나옵니다. 단층 건물로 전국에서 몇 개 안되는 조용한 치안센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또한 올레 탐사대장이신 서동철씨 자택이 있습니다. 그 앞에는 돌로 만들어진 다양한 돌조각이 있습니다. 가파도에 입도한 곳의 반대편인 하동항에 도착합니다. 여기에는 마지막 도착 스탬프를 찍을 수 있는 간세가 있습니다. 항구에는 출항하지 않은 고기잡이배들이 있고 어부들도 보입니다. 그리고 최남단 섬인 마라도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마라도는 가파도에서 가장 가까이 보이는 섬입니다.

섬 안에서 바라보는 섬 밖의 섬이 이색적입니다. 가져온 음료를 마시며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또한 소나 말의 힘을 이용해 곡식의 이삭을 벗겨 내거나 가루를 내던 도구가 있는 연자방아를 구경하고 또, 돌로 만든 조각상이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가파도의 경우 거석이 산재 되있는데 선사시대의 고인돌로 추정되는 유적으로 현재 조사 중 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가파도에 유일하게 초등학교가 있습니다. 가파초등학교 입니다. 또한 종교시설도 2곳이 있습니다. 한국불교 태고종 가파도 대원사와 기독교 대한성결교회 가파도 교회가 있습니다.

가파도는 걷기에도 편한 올레길이고 중간 중간에 정자도 많이 있어 땀을 식힐 곳이 많은 좋은 올레길입니다. 그렇게 머물고 싶은 내 안의 욕심을 뒤로 한 채 돌아오는 뱃길에 올랐습니다. 섬밖에 또 다른 작은 섬이 있었고 그 섬 안에 내가 있었습니다. 그 섬 안에서 걸었고 그 섬 안에 잠시 머무른 게 행복했습니다.

바다에서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몰고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습니다. 제주의 봄바람은 그렇게 바다에서 불어오고 있었습니다. 내 마음 속에 오래도록 기억될 청보리 섬 가파도는 그렇게 멀어져 갔습니다.

/중부일보 편집부 김중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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