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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자살 보도’ 더 신중해져야 한다

기사승인 2019.10.02  18: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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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기자협회 ‘2019 사건기자세미나’ 참가기

‘2019 사건기자세미나’

   사건 기사를 써온 지 만 5년이 됐는데도 '자살 보도'는 여전히 어려운 숙제다. 중앙자살예방센터의 적극적인 이메일 공세와 자살 보도에 대한 엄격해진 사회적 분위기로 자살을 다루는 국내 언론사의 태도는 차츰 변하고 있다. 그러나 속보 및 클릭 수 경쟁 사회(?)에서 '일가족 자살'이나 '동반 자살', '유명인 자살' 사건을 맞닥뜨렸을 때 기자들은 자칫 중심을 잃기에 십상이다. 지난 5∼6일 제주도에서 개최된 '2019년 사건 기자 세미나'는 사건 기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봤을 주제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전국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볼 기회였다.

    세미나 첫 번째 주제 시간에 발표자를 나선 신은정 중앙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이 보여준 '오스트리아와 핀란드의 의도적인 자살 보도 자제가 자살률을 낮춘다'는 사례는 눈여겨볼 만한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2위인 '자살 공화국'이다. 40여년 전 오스트리아에 지하철이 개통하자 이곳은 가장 대중적인 자살 장소로 떠오른다. 미디어가 이를 기삿거리로 보도하면서 지하철이 다니는 장소에서 자살 또는 자살을 시도하는 건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오스트리아 자살예방협회는 언론에 보도되는 자살이 자살률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 언론 보도 지침을 만들어 언론사들이 이를 따라 달라고 요청하기 이른다.

    핀란드에서도 내로라하는 글로벌 대표의 자살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지만, 언론들은 자극적인 내용은 배제하고 구체적인 자살 방법을 표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핀란드는 자살 사건을 보도할 경우 다큐멘터리나 대담을 통해 심층적이고 객관적으로 접근하고 자살 고위험군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만 해당 주제를 다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도 '언론이 자살률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한 사례는 조금만 기억을 더듬어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약 10년 전 배우 안재환과 최진실이 자살한 직후 이들이 자살한 방법인 번개탄과 목맴 자살이 급격히 늘어났다고 한다. 언론 보도와 자살률의 관계성을 명확히 보여준 셈이다.

    언론이 자살을 보도할 때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지침이 현장 취재 과정에서 잘 지켜지고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자살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는 대부분 연차가 어린 주니어들이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기사 출고 여부나 방향이 정해지기도 한다. 신 부센터장의 주제발표 후 토론에 참여한 이창구 서울신문 사회부장은 사건 기자를 대상으로 열린 자살 주제 세미나가 데스크 대상으로도 개최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세미나를 주관한 한국기자협회와 중앙자살예방센터가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해 조만간 데스크들을 제주도로 초청하지 않을까 한다.

    자살 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또는 보도하는 과정에서 누구나 한 번은 딜레마를 겪었을 것이다. 연합뉴스는 자살 보도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편에 속하지만, 나 스스로 속보 등에 매몰돼 사건을 표면적으로만 다룬 적은 없었는지 되돌아봤다. 일반적인 보도는 최대한 자제하되 자살이 '사회적 타살'이라는 주장도 제기되는 만큼 고인들의 죽음 뒤에 가려진 구조적인 이슈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갖고 접근하는 게 더 필요하다고 느꼈다.

류수현 연합뉴스 기자

인천경기기자협회 webmaster@icngg.com

<저작권자 © 인천경기기자협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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