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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 병행기] 반복되는 일상 속 행복_최남춘 (인천일보 차장)

기사승인 2019.10.02  17:4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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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일보 최남춘 차장

일주일 2번 술 마시기. 아내와 합의한 사항이다. 그동안 아내는 나의 저녁 술자리를 이해해줬다. 아내는 유하가 태어나기 전까지 일했는데 직업 특성상 다른 단체 사람과 자주 만나게 되고, 저녁 회의 겸 술자리도 많았던 탓에 새벽 귀가나 외박이 아닌 이상 다툼은 없었다.

사랑하는 유하가 태어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육아의 힘든 점도 컸다. 아마 서운한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군포에서 수원으로 이사를 해 주변에 아는 사람도 없고, 아이를 돌봐 줄 사람도 없었다. 온종일 아이와 씨름한 아내는 늘 녹초였다. 유일한 대화상대가 유하였던 것도 스트레스였을 것이다. 술자리를 끝내고 집에 들어가면 아내는 쪽잠을 자고 있거나 울고 있는 유하를 달래고 있었다. 빨래를 개고 있던 적도 많았다.

아내는 지나가는 투로 술자리를 줄이라고 말했다. 아내의 말을 건성으로 들은 나는 사람이 재산인 기자는 그럴 수 없다는 식으로 건성으로 말했다.

결국 예고된 갈등이 터졌다. 그날도 12시를 넘겨 집에 들어간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내는 거실에서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아내는 앞으로 술자리를 줄이고, 약속을 잡더라도 미리 말을 하라고 통보했다. 최종 합의한 게 바로 일주일 2번 술 마시기다. 여전히 지켜지지 않아 이따금 아내의 분노를 온몸으로 받아내긴 한다.

일찍 들어온 날에는 유하를 씻기고 함께 놀아주고, 밥도 같이 먹는다. 간혹 같은 책을 열 번이 넘도록 읽어줄 때면 약속을 잡았어야 했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그 생각들은 별것 아닌 유하의 움직임 하나하나, 조금씩 늘어나는 단어 사용 등 어제와 다른 모습을 볼 때면 금세 사라진다. 반복이다.

의사 표현이 뚜렷해진 유하가 요즘 들어 출근하는 나를 잡는다. 아빠를 부르며 서럽게 울기도 한다. 한동안 출근 시간에 맞춰 일어났던 유하는 배웅만 해줬지 운 적은 없었다. 그런 유하가 이제 운다. 잠이 덜 깬 유하가 나를 끌고 안방 침대로 끌고 간다. 내 베개를 툭툭 치며 누우라 한다. 잠시라도 눕지 않으면 그 행동을 계속하며 칭얼댄다. 유하를 이길 수 없어 잠시 누우면 그때서야 자기도 침대에 누워 다시 잔다. 전날 얼굴을 못 본 탓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반복이다.

인천일보 최남춘 차장
 

인천경기기자협회 webmaster@icngg.com

<저작권자 © 인천경기기자협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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