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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취재기] 한반도 평화선언 취재하는 날이 왔으면

기사승인 2019.05.01  13:3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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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 국제미디어센터.

“그래 가라 하노이, 티켓 끊어놨다” 2월 중순의 어느날, 본부장님의 카톡.

“결국 가는구나!” 그토록 가고야 말겠다는 베트남을 결국 짧은 3박 5일의 일정이었지만 밟고야 말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두 번째 만남,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현지 취재가 결정되면서 설렘으로 가득했다.

처음인 해외 취재에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여전히 겨울의 흔적이 가시지 않은 한국을 떠나 따뜻한 남쪽 나라에 간다는 사실만으로 좋았고, 어찌보면 한반도 운명의 대전환이 결정될 역사의 현장에 간다는 ‘거창한 대의명분’도 좋았다. 문정진 기자와 함께 두명이지만 이당백(二當百)의 자세로 당당하고 열정적으로 취재하자는 다짐을 거듭했다.

3천500여 명의 국내외 기자들이 베트남 하노이 국제미디어센터에 정식으로 취재 등록을 할만큼 열띤 취재의 현장, 하노이 취재에서 결코 뒤처지지 않으리라 마음먹고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한 26일. 꼭 하노이 평화선언이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을 안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6일 밤,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 도착할 때쯤 트럼프 미 대통령도 ‘에어포스 원’을 타고 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노이의 밤은 조용했지만, 다음날부터 시작될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베트남 국민 모두 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하노이 옷가게마다 걸려있던 트럼프·김정은 티셔츠.

27일 오전, 하노이 국제미디어센터 등록 절차와 프레스 카드 발급을 마치고 한국프레스룸에 노트북을 펼치곤 무작정 나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묵고 있다는 멜리아 호텔 주변을 서성였다. 호텔 주변엔 소총을 든 무장군인과 장갑차까지 있었지만 분위기는 생각보다 무겁지 않았다. 주변을 삼엄히 경계하는 군인들도 외신기자들의 사진 촬영 요구에 흔쾌히 응했고, 주변 거리를 통제하는 경찰들도 웃으며 기자들을 맞이하는 등 베트남 국민들이 이번 회담을 통해 ‘베트남’이라는 국가 브랜드를 한껏 홍보하고 싶은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그 같은 베트남 국민들의 마음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첫 만찬 회동이 있었던 그날 밤 메트로폴 호텔 주변에서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월드컵 거리 응원의 장면을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회담장 주변 거리에 나왔다. 사실 그날 밤만 하더라도 그 다음날 허탈한 순간이 올 것이라는 것을 아무도 상상치 못했으리라…. 나조차도 취재라기 보다 설렘 가득한 거리의 내음을 한 껏 마시고 싶은 마음이 강했으니까.

28일 아침, 하노이 시각으로는 새벽 6시에 아침뉴스 생방송 전화연결을 했다. ‘운명의 날이 밝았다’는 제목의 현지 리포트. 회담 둘쨋날이자 마지막날이었던 28일. 그 누구도 ‘노딜’이라는 허무한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으리라. 아침뉴스 기사 말미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가 회담의 성공을 기원한다’는 멘트를 넣을만큼 나 역시도 회담의 성공적 마무리를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그같은 예상은 오후가 되어 무참히 깨지고 말았다.

점심을 먹고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열리는 메리에트 호텔로 이동해야지 하는 여유로운 생각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채 12시가 안 되던 시각. 다시금 국제미디어센터로부터 메일이 왔고,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기자들은 바로 센터 앞으로 모여 버스를 타라는 것이다.

국제미디어센터에서 메리어트 호텔까지 가는 과정에서 ‘세계 최강국’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장에 참석하는 만큼 중간에 국제컨벤션센터 안에 있는 리조트 빌라에서 30분가량 대기하며 짐 검사 등을 받았다. 그 순간까지도 베트남 온라인 신문 기자라고 밝힌 이와 “오늘은 우리에게 매우 역사적인 날이 될 것이다”는 따위의 대화를 나누며 ‘하노이 선언’에 대한 기대를 잔뜩 안고 있었다.

하지만 버스에 탄 순간, 모든 것은 깨지고 말았다. 오찬회동이 취소됐다는 속보가 날라왔고, 백악관 측으로부터 합의문은 없다는 공식 입장이 나오고 말았다.

믿기지 않은 현실을 접하며 그래도 쇼맨십의 대가인 트럼프 대통령의 극적 효과일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기자회견장으로 들어갔지만 역시나 회담 결렬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적인 확인을 접하고 말았다.

내 아이들에게도 한반도 종전선언이 이뤄지는 역사적 현장에 있었음을 자랑하고픈 작은 소망은 여지없이 깨지고, 영어를 너무나 잘해서 잘 알아 들을 수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만 빤히 쳐다봐야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끝나고 저녁뉴스와 이어진 시사 프로그램 전화 연결을 했다. 내가 생각해도 상당히 흥분하고, 사실은 화나고 격앙된 말투였다.

이처럼 극적인 변화가 어딨는가. 축제의 장에서 갑자기 충격과 공포의 현장으로 바뀐 이 곳에

경기방송 윤종화 기자

서 전혀 생각지 못한, 예상과는 180도 다른 결과를 보도해야만 했던 심정은 너무나 착잡했다. 그럼에도 항상 희망을 간직하면 꼭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순진한 믿음을 가져본다. 귀국 하고 나서 “선배(윤기자)가 가서 회담 망친거 아니냐”는 핀잔을 듣곤 하지만 다음 제3차 북미정상회담에도 꼭 가서 한반도 평화선언의 현장 취재를 하고 싶다.  

 

경기방송 윤종화 기자

인천경기기자협회 webmaster@icng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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