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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취재기] 큰 기대만큼 허탈함도 컸던 '역사의 현장'

기사승인 2019.05.01  13: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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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 전용 차량 이동 모습.

나는 지난 2월 27일과 28일 그야말로 ‘역사의 현장’에 있었다. 그곳은 베트남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지다.

정상회담을 2주 가량 앞두고 회사로부터 현지 취재를 다녀오라는 명을 받았다. 항공권과 호텔 예약은 물론이고 회담 기간 동안 베트남 정부가 운영하는 국제미디어센터(IMC)를 이용하기 위해 베트남 외교부에 직접 기자등록을 하는 등 이것 저것 출장 채비를 서둘렀다.

그러나 정작 회담을 불과 3~4일 앞둔 시점까지도 프레스센터와 회담 장소, 북미 두 정상의 숙소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었던 터라 내가 2박 3일간 묵을 곳을 어디로 정해야 할지 난감했다.

항공권과 호텔 예약을 마냥 미룰 수 없는 상황에서 하는 수 없이 구글 지도를 보고 하노이 시내 최고급 호텔 주변에서 그리 멀지 않은 다소 저렴한 호텔을 예약했다. 북미 두 정상은 분명 최고급 호텔에 묵을 것이 뻔하니까.

회담 하루 전 정상회담 장소로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 이어 김 위원장의 숙소로 ‘멜리아 호텔’이 결정됐다는 소식이 속속 알려졌다.

국제미디어센터(IMC) 입구

참 다행이었다. 두 곳 모두 내가 예약한 호텔에서 걸어서 20여 분이 채 걸리지 않는 곳이었다. 국제미디어센터에서도 거의 비슷한 정도의 거리였다.

26일 밤 하노이에 도착했다. 다음 날 새벽 일찍 시내로 나갔다. 도로에는 북미회담을 알리는 홍보현수막이 즐비했고 고개만 돌리면 북한 인공기, 미국 성조기가 눈에 들어왔다. 무장한 군인과 경찰, 장갑차와 탱크 등 삼엄한 경비속에서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로 하노이는 떠들썩했다.

그곳의 모든 사람들은 기대감에 차 있었다. 시내 옷가게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팔았다. ‘저걸 누가 사갈까?’ 생각도 들었지만 많은 관광객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티셔츠에 관심을 보였다. 나도 하나 살까 순간 고민했다가 ‘한국에서 이걸 입었다가는 여러 사람들한테 혼나겠구나’하는 생각에 그냥 돌아섰다.

베트남 국제미디어센터에는 전 세계에서 온 3천명 이상의 기자들이 현지 상황을 타전하느라 분주했다.

15년 기자생활 동안 그렇게 많은 기자들을 본 건 처음이었다. 그곳에서 경기방송 윤종화 기자를 만났다. 우리 둘 다 기사와 방송을 준비하느라 같이 ‘타이거 맥주’ 한잔 마시지 못했다. 개그맨 남희석도 왔길래 같이 사진을 찍었다.

정상회담 장소였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호텔.

사진 기자가 동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북미 두 정상의 숙소와 회담장 주변을 물론 하노이 시내 스케치 사진을 찍어 보내야 했다. 별도 카메라는 가져오지 않았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S전자의 갤럭시 S8 핸드폰의 성능을 믿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그럼 새로 출시된 S10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할까?(간접광고 아님)

숙소로 향하는 김 위원장의 전용차를 찍은 사진은 경인일보 1면에 실렸다. 그 외에도 직접 찍어 보낸 사진이 지면에 내걸렸다. 몇 시간 씩 하노이 시내를 두 발로 걸어다니며 현지의 모습을 담아 기사와 함께 전송했다. 힘들다고 느끼지 못할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의 기대가 무색하게 하노이의 분위기는 불과 하루 만에 차갑게 얼어붙었다. 28일 오전 일찍부터 만난 두 정상은 단독 회담과 확대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이후 기념 오찬과 서명식만을 남겨놓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남은 일정이 모두 취소됐단 속보가 전해졌다.

경인일보 정치2부 이성철 차장

 

현지에서 마지막 기사를 보내고 숙소로 돌아와 짐을 챙겼다. 뭔가 끝을 맺지 못한 아쉬운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기대와 실망이 교차했던 역사의 현장에서의 ‘다큐멘터리 3일’은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이 생생하다. 전 세계에서 모인 취재진도 예상치 못한 결과에 할 말을 잃었다. 축제 같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경인일보 정치2부 이성철 차장

인천경기기자협회 webmaster@icngg.com

<저작권자 © 인천경기기자협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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